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챗GPT 한 번 검색에 구글 검색 대비 10배의 전력이 소모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비중은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입니다. 저도 AI 전력 인프라 관련 ETF에 투자하며 어느 정도 수익을 봤지만, 솔직히 ETF만으로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SMR 부품주라는 더 구체적인 영역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왜 지금 SMR 부품주인가
원전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정작 투자자들은 어디를 봐야 할까요? 두산에너빌리티나 현대건설 같은 대형주만 쳐다보고 계시진 않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과거 반도체 산업을 돌아보면 명확한 패턴이 보입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두 배 오를 때 부품주들은 다섯 배에서 열 배가 올랐습니다. ASML이 TSMC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은 것처럼, 핵심 부품을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 완성품 기업보다 더 큰 수익을 안겨줬습니다.
원전 부품 시장도 똑같은 구조입니다. 원전 부품에는 ASME N스탬프, KEPIC Q클래스 같은 특수 인증이 필요합니다. 이 인증을 받으려면 수년의 시간과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듭니다. 한번 인증을 받으면 수십 년간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는 겁니다. 이게 바로 진입장벽이고, 이 장벽 안에 있는 기업들이 진짜 톨게이트 역할을 합니다.
현재 미국 팰리세이즈에서는 현대건설이 올해 SMR 착공에 들어가고, 루마니아에서는 삼성물산이 기본설계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홀텍은 향후 10년간 최대 20기의 SMR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 기당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 수백 개인데, 이 부품들을 누가 만들까요? 바로 인증을 가진 극소수 기업만 납품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주목 종목, 태웅
태웅은 1981년 설립된 원전, 조선, 풍력 플랜트용 대형 단조 부품 전문 기업입니다. 단조란 쇠를 1,000도 이상 고온으로 달군 다음 엄청난 압력으로 찍어서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쉘, 노즐 같은 핵심 부품이 모두 이 단조 공정으로 만들어집니다.
태웅이 특별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 회사는 국내 기업 최초로 캐나다 SMR 프로젝트 300MW급 단조 부품을 수주했습니다. SMR 단조 부품의 레퍼런스를 확보한 국내 유일 기업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최초 레퍼런스'라는 게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다른 산업에서도 여러 번 봐왔습니다.
더 중요한 건 태웅이 보유한 20톤급 듀플렉스 스테인리스 단조 기술입니다. 듀플렉스 스테인리스강은 일반 스테인리스보다 강도가 두 배 높으면서 부식에도 강한 특수 소재인데, 이걸 20톤 규모로 단조할 수 있는 기업이 전 세계에 손에 꼽힙니다. 태웅은 또한 자체 제강 공장을 보유해서 원재료인 잉곳과 라운드 블룸을 직접 생산합니다. 원재료부터 완성 부품까지 일관 생산 체계를 갖췄다는 건 가격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홀텍이 앞으로 20기 SMR을 만들 때, 루마니아에서 6기를 지을 때, 한국 경주에서 SMR을 건설할 때 대형 단조 부품은 태웅 같은 인증 기업을 반드시 통과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톨게이트입니다.
두 번째 주목 종목, 에너토크
에너토크는 1987년 설립된 산업용 전동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전문 기업입니다. 전동 액추에이터가 뭔지 간단히 설명하면, 원전 내부 수백 개 밸브를 열고 닫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가 오작동하면 원전 전체가 멈출 수 있기 때문에 가격보다 무결점 신뢰성이 생명인 분야입니다.
에너토크의 가장 큰 강점은 국산화의 역사입니다. 과거엔 이 분야가 전량 수입에 의존했고 독일과 영국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했습니다. 에너토크가 40년 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이 구조를 깨뜨렸고,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합니다.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겁니다.
더 중요한 건 원전 납품 실적입니다. 에너토크는 신한울 3호기와 4호기의 액추에이터를 공급하는 계약을 확보했고, 국내 가동 원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보수용 제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해외로도 확장 중인데 미국, 인도네시아, 중동에 대리점을 두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SMR과의 연결고리가 핵심입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모듈화된 구조라서 밸브 자동화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기존 원전에서는 일부 밸브를 수동으로 조작했지만 SMR에서는 거의 모든 밸브가 자동화되어야 합니다. 이건 액추에이터 수요가 기존 원전 대비 몇 배로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40년간 쌓은 원전 납품 실적, 국내 시장 70% 점유율, 그리고 SMR 시대의 자동화 수요 증가. 이 세 가지가 에너토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 주목 종목, 금양그린파워
금양그린파워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기업입니다. 뉴스에도 증권사 리포트에도 SMR 관련주로 거의 언급되지 않은 숨은 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양그린파워는 1993년 설립된 원전 및 플랜트 전기공사 전문 기업입니다. 업력만 30년이 넘었습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원자력 발전소 안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 배선과 계측 설비를 시공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원전의 신경망을 만드는 회사인데, 이게 없으면 원전이 아무리 잘 설계되어도 작동할 수 없습니다.
실제 납품 이력을 보면 놀랍습니다. 새울 3·4호기 원자력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수행 중이고, 그 전에도 신월진, 신고리 등 국내 주요 원전 건설 현장에 참여해 왔습니다. 30년간 쌓은 원전 현장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입니다.
더 주목할 건 금양그린파워가 원전 계측제어 정비 업체인 GPS를 인수합병했다는 점입니다. 계측제어 설비는 원자로와 발전설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원전의 두뇌 역할을 합니다. 정비 과정에서 미세한 오차조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극도의 정밀성이 요구됩니다. 금양그린파워는 이 분야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정비 용역 적격 업체로 공식 등록되었습니다.
여기에 KEPIC Q클래스 인증까지 진행 중입니다. Q클래스 인증이 완료되면 SMR 건설 시 필수적인 원전급 전기공사와 계측화 정비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 됩니다. 현재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중소형 기업은 극히 드뭅니다. 해외 경쟁력도 갖췄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아랍에미리트 에드녹으로부터 입찰 참여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중동 원전 시장이 열리면 바로 진입할 수 있는 티켓을 이미 확보한 겁니다.
경주 SMR이 2035년까지 680MW 규모로 건설되고 홀텍과 뉴스케일의 글로벌 SMR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원전 전기공사와 계측제어 정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SMR은 모듈형이라 기존 대형원전보다 기수가 훨씬 많습니다. 기수가 많다는 건 전기공사 물량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금양그린파워는 아직 시장에서 SMR 관련주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게 바로 기회라고 봅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입니다. SMR 건설이 2026년부터 본격화되는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입니다. 저도 그동안 ETF로만 안전하게 투자해왔지만, 이제는 일부 자금을 개별 종목으로 옮겨 적극적인 부의 창출을 시도해보려 합니다. 원전 부품주는 진입장벽이 높고 인증 기업이 한정되어 있어서 다른 분야보다 옥석을 가리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태웅, 에너토크, 금양그린파워 모두 원전 인증이라는 톨게이트를 이미 통과했거나 통과 중인 기업들입니다. 제 생각엔 이 세 종목이 앞으로 SMR 시대의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